[무비스트=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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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침묵하라. 오직 하나의 갈채만 남고 세상의 모든 것은 침묵하라~
지난 6일 서울 서경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내 대학 최고의 패션 기반 통합형 공연예술제 ‘Costume Gala show ‘2019 HUB9 Dream n Youth Designer(이하 HUB9)’, 이곳은 무대가 떠나갈듯한 우렁찬 환호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상의가 흠뻑 젖을 만큼 땀이 흐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직 풋내가 가시지 않은 앳된 모습의 모델, 배우, 무용가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13테마의 시간과 무대를 지배했다.
때로는 록 공연처럼 열광시키고, 때로는 한숨짓게 한다. 그리고 종내는 축제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은 올림푸수를 매혹시킨 뮤즈, 서경인들이었다.
이날 무대는 세계복식사에서 있어 가장 흥미로웠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로마, 로코코의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명의 새벽’으로 시작해 UFO, 수피아,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내 사수는 데님 명장, 연극 ‘노부인의 방문’,‘ 서경, 한지에 물들다’, Shim(ple), 生老病死, Check in, 늪, 뮤지컬 ‘All Shook Up’, Ooh-A!로 끝을 맺었다.
하나하나 빠질 수 없는 하이라이트들이고 영감(Inspiration)의 보물창고들이지만, HUB9의 공연중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편한 5가지 챕터(chapter)만을 다뤄본다.
■ STAGE1:문명의 새벽 “현대로 온 토가” 무대패션전공+모델전공+무용예술학과
늦게 도착해 보지 못해 아쉬웠던 무대 ‘STAGE1:문명의 새벽’이다. 소개 책자로 보면 인디고, 매더, 샤프란, 티리안 퍼플, 프린지, 토가 등을 조합해 고대의 비대칭적인 디자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소화해냈다. 그 시대의 우아함과 편안함도 옷에 잘 녹였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프로 보디빌더 김오사마, 이하용 선수는 숨막히는 아폴론의 자태를 뽐내며, 로마 글라디에이터들의 영광을 과시했을 것 같다. 게다가 무용을 가미한 대하 서사극이 흥미로웠을 부분이었을 것으로 짐작해본다.
(*아래 사진은 서경, 한지에 홀리다. 한지로 만든 의상.)
■ STAGE5:힙합+패션 ‘내 사수는 데님명장’
힙합 감성을 기반으로한 래퍼+패션 콜라보, 의상디자인을 지도한 조영아 교수의 ‘과유불급’ 철학관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음차일드 크루의 래퍼 임무성, 신용준, 김현성의 고감도 랩에 어울리는 캐쥬얼한 데님 패션 브랜드 ‘FICKLE’, 데님 하네스 브랜드 BANYE’의 콜라보가 일품이었다.
흔히 힙합 브랜드가 범하기 쉬운 오류인 ‘과장된’, 이같은 수식어를 침몰시키는 심플하면서도 멋스런 자유를 완성시켰다. 여기에 실용주의 데님 브랜드 ‘Li-K2’, 티타임 좋아하는 외계인 소녀의 지구여행기 ‘Wyou’, 입을수록 섹시한 캐주얼룩 ‘이도’, 김삿갓을 모티브로 한 일상복 ‘v364bond’ 등 다양한 룩에 어울리는 백업댄서 스타일 워킹 연출이 돋보였다.
모델 강민서, 강나연, 변채림 양이 변신한 귀욤 터진 외계인 소녀에는 양손 엄지척! ‘Wyou’ 디자이너 정지원, 송지연, 이 두 학생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날 정도. ‘v364bond’는 김민규, 고유현, 채희열 이 인간 같지 않은(이라고 쓰고 ‘이기적’으로 읽는) 비주얼과 기럭지를 자랑하는 모델들이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장 런칭해도 손색없을 인기 브랜드라고 평가하고 싶다.
■ STAGE10: 감성 소울+패션 흑화의 여신들, 패션쇼 ‘늪’
전율의 패션크러쉬. 무대패션전공ㆍ미용예술대학 메이크업팀ㆍ헤어팀 학생들의 실험정신과 엘리트 모델 사관학교 ‘모델연기전공’ 학생들의 치명적인 매력 그리고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기탄잘리’가 만나 태고의 신비를 깨웠다.
태초의 혼돈 속에서 탄생해 어둠을 지배하는 여신 닉스(Nyx), 그리고 이를 세상에 소환하는 듯한 그녀의 딸들인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오네이로이, 에리스, 네메시스, 아파테, 스틱스를 구현한 듯한 ‘팜므파탈’ 환타지를 부여한다.
또한 이강호 (기타), 강규현 (드럼), 김선형ㆍ심하은(보컬)의 소울(SOUL) 깊은 잔잔한 울림이 울컥하게 만든다. 노래는 다르지만 Au Revoir Simone가 부른 트윅픽스의 명곡 ‘A Violent Yet Flammable World’ 재림인 양 착각할 정도.